한국 근대의 풍경


1900~1950년대. 결코 오래 지나진 않았지만, 구체적으로 느낄 수 없고 기억할 수 없는 그저 "근대"라는 이름의 역사로만 다가오는 과거이다.
이 책은 근대 역사 전체를 인과로 이어서 개괄하지는 않는다. 흩어진 직소퍼즐 조각들을 어렵사리 이어 맞춰놓은 부분부분의 풍경들처럼, 흩어진 한꼭지씩의 주제마다 그 시대 그 장소 그 사람의 모습들을 눈 앞에 떠오르는 풍경으로 전달해온다. 그 주제들은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다. "덕혜 옹주가 다닌 유치원과 초등학교", "꽃 비단신을 누른 고무신 열풍", "조선왕조 궁중음악의 수난과 보존", "근대에 가장 인기있었던 관광지는?", "모던걸 변동림과 천재 시인 이상의 뜨거운 사랑", "근대의 불치병 결핵과 크리스마스실 운동"
저자는 서문에서 자료를 조사하며 탐정과도 같은 재미를 느꼈다고 적었다. 책을 읽다 보면 그게 어떤 얘기인지 알 수 있다. 저자가 시도하는 것은, 그림과 사진과 신문기사 등에 남아있는 자료들을 쫓아가며, 멀지 않은 과거에 '지금' 이었을 그 풍경들을 재현하려는 작업이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사람도 들어있는 풍경.
이 책을 읽은 것은, 그 시대를 살았을 사람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느 영화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어쩌면 한층 깊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