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의 대가


아마도 처음 접하는 스페인 소설이다.
작가의 이름도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익숙한 패턴이 아니어서 부르기가 생경스럽고 입에 잘 달라붙지를 않는다.
예를들어 작중 인물 중 하나로 "루이스 데 아얄라 벨라테 이바예스핀"이라는 이름이 소개되는 장면에서는, 이 길고 낯선 이름을 외울 수 있는걸까, 하고 막막해했다.
소설 내내 그려지는 근대 스페인의 격동적인 정치상황변화에 대한 설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그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배경지식을 잘 모르겠으면 모르겠는대로 대충 설렁설렁 뭐 그랬나보지 하면서 읽었는데, 결국 큰 무리는 없었다.

"검의대가" 라는 무협지틱한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집어든 책이다. 제목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인물과 이야기가 그려져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그 처음 선택을 굉장히 만족해했다.
책의 내용은 담담하고 깊이있다. 담백하면서도 장중한 느낌이다. 사건은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장렬하고 처절하다.
시대에 버림받은 고독한 늙은 검사. 돈키호테처럼 헛될 수도 있는 자신만의 긍지를 따르고 완성해가는 그 고고한 삶의 모습에 고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