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절대적인 권력이 한 힘없는 개인에게 누명을 씌워 파멸시키려고 했을 때, 그는 뭐를 할 수 있을까? 맞서 싸워서 이길 턱이 없어. 도망칠 수 있을 만큼 도망쳐, 도망쳐서 살아."
뭐 그런 이야기를 작가는 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과정도 결말도 설득력이 없달까, 읽은 시간이 아깝다. 주인공을 쫒는 권력도 세계도 작위적이어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무력한 개인을 그리고 싶었던 작가의 의지일 수도 있겠지만, 누명쓴 주인공은 그저 상황에 당황하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도망치고, 잡히고 포기하는데, 그러면 또 우연히 만나진 누군가가 도망을 시켜준다. 스스로는 별 하는 일이 없다. 정보는 권력에 의해 조작되어있고 모든 사람은 메스컴에 의해 그가 범인이라고 믿고 있다는 설정인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를 아는 또는 도망중에 새로 만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믿고 도망을 응원해준다.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불량고등학생조차도, 우리는 당신이 범인이 아닌걸 알고 있어요. 억지스럽게 감동을 쥐어짜내면서도 별 쑥스러워하지 않는 일본스러움이 느껴진달까. 별 상관도 없어보이는 대학시절의 회상이 중간중간 끼어드는 것은 보너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닌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실망이 너무 크다. 생각해보면, 작가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와 너무나 달랐다. 그렇더라도, 책을 중간에 덮은게 아니라 끝까지 읽은 이상, 마지막에는,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능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