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여자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소개하며 그 하나하나에 대해 미학적 설명을 이어가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그냥 개인 에세이집이라고 하는게 좀 더 적당할 것 같다. 화가이며 미술관련 방송의 MC이기도 한 한젬마라는 저자의, 사랑과 연애, 결혼, 가족과 예술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과 경험담들이 그림에 섞여 자유분방하게 늘어놓아진다. 그러고 보니 표지에는 "국내 최초 그림 DJ 한젬마의 러브 갤러리" 라는 부제도 붙어있다. 한꼭지 한꼭지의 짧은 이야기들마다 그림이 삽입되어있긴 하지만, 거기에 그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야기가 있다기보다는, 이야기의 소재나 배경으로 그림이 있다고 느껴지는 때가 많다.
미술하는 어떤 한 여자의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하고 나면 가벼운 기분으로 꽤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을 엿보듯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고, 사랑을 이야기하는 감상적인 문체와 비유들도 와닿는 바가 많다.
어쩌면 내 생각이 너무 딱딱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 그게 대상에 대해 객관적이고 총괄적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을텐데. 그림은 스스로 다가와 시의적절하게 직설적인 말을 던지는 속깊은 친구와 같았다, 라고 하는 그녀가 부럽기도 하다.